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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행성

  • 저자 : 빈터문학회
  • 출판사 : 달아실출판사
  • 발행일 : 2024년 01월 30일
  • 페이지 : 280면
  • ISBN : 979-11-7207-000-7 (03810)
  • 정가 : 12,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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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울고, 울음을 웃는 시인들
― 빈터문학회지 제18집 『연둣빛 행성』


빈터문학회(회장 장인수)가 열여덟 번째 동인문집 『연둣빛 행성』을 발간했다. 무크 형식으로 발간된 제18집은 1부에서는 고(故) 김길나 시인의 작품 세계를 특집으로 꾸몄고, 2부에서는 강순 시인의 「쌓이는 접시처럼」 등 35명의 동인들의 시 작품 70편을 실었다.

빈터문학회는 2000년 결성되어 23년 동안 쉬지 않고 활동해오고 있는 문학 모임이며, 현재 전국의 시인 37인(강순, 권지영, 김도연, 김명기, 김명은, 김미옥, 김밝은, 김소영, 김송포, 김영준, 김윤아, 김정수, 김진갑, 김진돈, 김창재, 김혜선, 나석중, 박미라, 박일만, 서정임, 수피아, 신새벽, 심종록, 윤희경, 이성수, 이순옥, 이어진, 이혜수, 장인수, 정겸, 정완희, 정충화, 정한용, 주선미, 최지영, 하태린, 홍솔)이 활동하고 있다.

무크 형식으로 발간된 이번 18집 『연둣빛 행성』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고(故) 김길나 시인(1940~2022)의 작품 세계를 다루고 있는 특집이다. 김길나 시인의 미발표작 15편(시 10편, 동시 5편)을 발굴하여 실었고, 김길나 시인의 시 세계를 분석한 시인론 2편과 추모사 등을 싣고 있다.


걷는다

나아간다

도착이다
더는 갈 곳 없는 도착이다

목적 없는 최후 목적지에서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김길나 미발표 시, 「도착」 전문

이곳, 나무들이 내건 시계가 4월을 가리킨다
연둣빛이 터져 나온다

연둣빛 아기가 통통 뛰어 시간을 점프한다
순간 이동으로 내일에 도착한 아기가 성인이 돼 있다
연둣빛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보이고
저곳에서는 안 보이고

사라짐과 이동의 동일성을 두고
연둣빛 아기와 연둣빛이 사라진 성인이 마주친다.
― 김길나 미발표 시, 「연둣빛 행성」 전문

나와 똑같은 아이가
거울 속에 들어 있어.

너 누구냐고 내가 물으면
그 애도 동시에 너 누구냐고 물어.

내가 그 애에게 거울 속에서 나와 보라 하니까
오히려 그 애가 나를 거울에서 나오라는 거야.

어이없어 웃으니, 그 애도 동시에 웃어.
그 아이에게는 내가 거울 속 아이라는 거야.
어이없는 쪽은 자기라는 거야.
― 김길나 미발표 동시, 「거울」 전문


강순 시인은 “시간과 사랑의 역설학”이라 정의하며 김길나 시인의 시 세계를 ‘문학-우주물리학-시간’의 관점에서 꼼꼼히 분석하고, 이어진 시인은 “구름과 바다의 대위법, 그 무의식의 춤”이라는 제목으로 역시 ‘문학-종교-음악’의 관점에서 김길나 시인의 시 세계를 분석한다.

빈터문학회 회장인 장인수 시인은 이번 동인문집을 묶으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빈터문학회는 2000년에 시작하여 물경 23년 동안 쉬지 않고 활동해온 문학 모임입니다. 빈터에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시인과 독자분들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온갖 웃음을 울고, 울음을 웃으면서 여기 열여덟 번째 회지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우주적 상상력의 새로운 시적 지평을 개척한 고(故) 김길나 시인의 작품 세계를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이 자리에 김길나 시인의 미발표 발굴작 15편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매우 뜻깊은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빈터문학회는 앞으로도 뚜벅뚜벅 문학의 길을 열심히 가겠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십시오.”

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학 모임마저 쇠락해가고 있는 이때, 전국의 시인이 모여 23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온 문학 모임이 바로 빈터문학회다. 웃음을 울고 울음을 웃으며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응원해야 하는 까닭이고, 그들의 작품을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