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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자살 사건

  • 발행일 : 2019년 03월 30일
  • ISBN : 9791188710348
  • 페이지 : 156면

우화집이라고 하였지만, 한 편 한 편을 들여다보면 우화(산문)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시에 가깝다. 한 편 한 편 최승호 선생 특유의 시적 문장과 문체로 그려냈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굳이 산문이다 시다 구분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령 우화 「거울의 분노」를 보자.

그 거울은 무심(無心)하지 못하였다. 날마다 더러워지는 세상을 자신으로 여긴 거울은 혐오감을 참지 못하고 분노의 힘으로 온몸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일종의 자살이었다. 그러자 조각조각마다 보기 싫은 세상의 파편들이 또다시 비쳐오는 것이었다.
― 「거울의 분노」 전문

이 짧은 우화를 두고 과연 산문이라 할 것인가 아니면 시라고 할 것인가. 무어라 한들 어떠할까 싶다. 짧지만 그 울림은 길고 넓지 않은가. 다음의 우화 「고슴도치 두 마리」는 또 어떤가.

고슴도치 두 마리가 가시를 상대방의 몸에 찌른 채 피투성이가 되어 함께 죽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너무 깊이 사랑했던 모양이다.
― 「고슴도치 두 마리」 전문

최승호 우화집 『눈사람 자살 사건』에 나오는 우화들은 대개 짧다. 웬만한 산문시보다도 짧다. 그런데 그 짧은 문장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결코 녹록지 않다. 또한 처음 책이 나온 지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최승호 선생이 들려주는 한 편 한 편의 우화는 지금의 세상과 빗대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고전이 그렇듯이 좋은 글은 세월의 풍화를 이겨내는 법이다.

삶이란 무엇인지, 인간관계란 무엇인지, 생태계 속에서 인간과 자연은 어떻게 함께하는지 등등 주옥같은 우화를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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