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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실시선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 저자 : 박정대
  • 출판사 : 달아실출판사
  • 발행일 : 2023년 10월 27일
  • 페이지 : 140면
  • ISBN : 979-11-91668-93-3 (03810)
  • 정가 : 10,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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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대를 여행하는 불꽃과 눈송이와 밤을 위한 안내서
― 박정대 시집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박정대 시인이 열한 번째 신작 시집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을 펴냈다. 달아실시선 73번으로 나왔다.

“박정대는 누구인가? 박정대의 시는 무엇인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그가 펴낸 열 권의 시집들을 간신히 기어이 읽어낸 몇몇의 평론가와 시인들의 입을 통해 약간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가능하겠다. 몇 개의 예를 들어보자.

“그의 방랑과 고독은 하나이다. 아름다움은 고독한 영혼의 심연으로부터 발굴된다. 이것이 박정대식 예술적․ 정치적 쟁투이다.”(문학평론가 엄경희)

“왜 좋은지 모르는 사랑스러운 말들에는 혁명이 있고, 망명이 있고, 음악이 있고, 삶이 있고, 철학이 있고, 시가 있다. 낭만주의자 박정대의 면모다.”(시인 함성호)

“박정대의 시는 <정통 집시>의 영혼에서 흘러나온 충만한 악절처럼, 미묘하고 아름답고 미끄럽다. 어둡게 타오르다 스러지는 청춘의 재처럼, 모든 경험의 끝이 슬픔처럼.”(문학평론가, 시인 허혜정)

“나는 그의 시를 읽으면서, 공중으로 떠다니기도 하고, 날아와 내 등에 박히기도 하는 소리 하나를 만나곤 한다.”(시인 강은교)

“그의 음악들은 이제 어디로 갈까. 사곶 해안을 지나 하노이와 아무르 강가를 거쳐 아프리카의 초원을 또 지나가면, 이 눈먼 무사의 음악은 어느 황홀한 지명에 닿는 것일까.”(시인 이장욱)

“우리는 박정대의 시가 보여주는 선동적이고 아름다우며 서글프고 치명적인 탈주선에 매혹된다.”(시인 리산)

“박정대가 초지일관 읊어대는 ‘혁명’과 ‘고독’, 그리고 그것들의 발인자로서 두서없이 나열되는 그 많은 고유명사들은 현세에도 영원히 죽지 않는 모반의 공모자들로서 이 세계를 참견하고 시비 걸고 불안하게 한다.”(시인 강정)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에서 <라흐 뒤 프르콩 드 네주 말하자면 눈송이의 예술>까지 박정대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그런 순간이 온다. 나 잡아봐라, 파르동 파르동 하는 박정대만 오롯이 남는 거다. 그러니까 박정대는 그 자체가 시다.”(시인 박제영)

그렇다면 이번 열한 번째의 시집을 읽은 후라면 과연 “박정대는 누구인가? 박정대의 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번 시집의 뒤표지에 표4 글을 실은 시인 김이듬은 이렇게 얘기한다.

“박정대는 폭설이며 불꽃이고 음악이며 침묵, 고독이다. 사랑과 연민에 미친 혁명가다. 그의 모든 노래는 사랑에서 발원하여 혁명으로 가는 급행열차다. 그는 불꽃과 눈송이로 이루어진 유일한 기타로 감정의 무한대를 향해 달려간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작은 숲이 시작된다. 이절의 숲, 자작나무공화국, 새로운 행성, 꿈의 최전선. 미스터 선샤인이 빨래를 널고 있는 무한의 아침, 멈추지 않는 빛의 음악, 혁명의 총사령관이 눈송이 낚시를 하는 밤보다 깊은 밤. 그가 팔뚝에 흐르는 싱싱한 핏방울로 시를 쓸 때, 우리의 삶은 다른 곳에서 기적처럼 맑고 고요하게 가벼워진다.”

그리고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시인이자 소설가인 장정일은 “박정대를 여행하는 불꽃과 눈송이와 밤을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을 통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박정대 형이 이번 시집의 여러 곳에서 ‘호롱불’(「빛의 음악 – Aygün Bǝylǝr」, 「고독의 제1선」, 「옛날은 눈이 내리는 밤이었다 눈이 내리는 밤은 모두 옛날이었다」)을 노래하는 것은 결코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애초부터 그의 시에는 고향을 떠나는 방랑자나 코스모폴리탄의 면모가 귀거래(歸去來)나 좌선(坐禪, 그의 시에서는 ‘반가사유상’으로 나타난다)의 면모와 함께, 확장과 수축 운동을 했다. 세계 지도를 펼쳐놓은 듯한 그의 확장 운동은 안 가는 곳이 없었지만, 세 번째 시집 『아무르 기타』에 실려 있는 「가을 저녁寺」의 한 구절처럼 그는 늘 ‘자신이 걸어가 당도할 집’을 꿈꾸었고, 그리로 돌아갔다. 이번 시집은 수축보다 확장이 더 우세했던 그 동안의 시작이 수축으로 심화되는 첫 번째 시집이며, 새로운 출발로 보인다.”

결국 이번 열한 번째 시집에서도 “박정대는 누구인가? 박정대의 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아내는 데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사실인즉슨,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박정대(의 시집)를 끊임없이 읽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변주와 반복의 무한궤도를 달리는 박정대라는 시는 해석이 아니라 함께 궤도에 올라타 함께 여행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인 박정대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것은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그것은 어떤 저항의 멜랑콜리. 저것은 끊임없이 이 거리로 착륙해오는 차갑고도 뜨거운 불멸의 반가사유.”라고.


이절 44번가 이절에서의 눈송이 낚시에는 여러 대의 기타가 놓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연주하고 싶은 것은 불꽃과 눈송이로 이루어진 한 대의 기타

내가 기타를 연주하면
그 소리는 허공을 가로지르며 폭죽처럼 터지고
밤의 심장으로부터는 폭설이 쏟아질 게야

폭설이 올 때 오랑캐의 말은
어디로 가는가?

고독 고독 말발굽 소리를 내며
감정의 무한을 향해 달려가겠지

밤새 폭설이 내려 지상의 들판을 하얗게 덮어갈 때
눈 속으로 또 다른 눈이 내려 침묵 침묵 쌓여갈 때

세상에 없던 문장 하나가 불꽃처럼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본 적 없는 아침이 눈송이처럼 밝아오고 있을 것이다
― 「폭설이 올 때 오랑캐의 말은」 전문


그러니 독자들이여, 누가 무슨 말을 하든 개의치 말고, 흔쾌히 박정대라는 무한궤도에 탑승하시라. “아무도 본 적 없는 아침이 눈송이처럼 밝아오는” 환상 낭만여행에 동참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