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시·에세이

체 게바라 만세

  • 저자 : 박정대
  • 출판사 : 달아실출판사
  • 발행일 : 2023년 03월 30일
  • 페이지 : 196면
  • ISBN : 979-11-91668-68-1 (03810)
  • 정가 : 10,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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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혁명하는 사람, 나 잡아봐라 끝내 도망가는 시
― 박정대 시집, 『체 게바라 만세』


박정대의 시집 『체 게바라 만세』가 달아실출판사의 <달아실어게인 시인선> 첫 번째 시집으로 세상에 다시 나왔다. 시집 『체 게바라 만세』는 제22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2014년 실천문학사에서 처음 출간되었는데, 아쉽게도 절판이 된 상태였다.

달아실출판사 박제영 편집장은 “뛰어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채 절판된 시집들을 복간하여 독자들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달아실어게인 시인선>을 시작하였고 그 첫 번째 시집으로 박정대의 시집 『체 게바라 만세』를 펴낼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고, 이 기쁨을 많은 독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체 게바라 만세』는 ‘체 게바라 만세’를 책 제목으로 삼는 바람에 무식한 정치꾼들에 의해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지만, 실은 사회와 체제의 전복을 꿈꾸는 정치적 혁명서가 아니다. 오히려 대책 없고 갈데없는 낭만주의자 오랑캐 박정대가 꿈꾸는 “사랑의 혁명 혹은 혁명의 사랑”, “시(문학)의 혁명 혹은 혁명의 시(문학)”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비현실적 사랑의 감정 혁명서”쯤 되겠다.

『체 게바라 만세』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평론가와 동료 시인과 언론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독자들이 세상에 없는 시집이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며 환호했다. 당시 언론의 기사 몇 개만 살펴보자.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집시의 자유롭고 비극적 감수성이 결정을 이룬 시편들로 알알이 박혀 있다. 제도와 속박을 거부하는 영혼의 소유자로서 ‘선동적이고 아름다우며 서글프고 치명적인 탈주선에 매혹’되게 만든다. 존재론적 숙명과 고독, 그리고 미적 세계를 보여준다”(이동명, 강원도민일보 문화부 기자)

“리듬감 넘치지만 고독한 방랑의 길, 베일을 드리운 환상 속으로 건너오라는 손짓이다”(김재명,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작가 특유의 낭만적 감성이 애도의 감수성과 결합하는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었고 최근 시단의 기계적이고 난해한 경향에 대한 의미 있는 반격이다.”(대산문학상 심사위원단 심사평)

시집 해설에서 시인 강정은 “박정대의 시집은 완독이 불가능하다. 섬세한 독해나 개념적 분별이 무용하다. 어떤 촉각이나 예민한 호흡 안에서 손으로 훑고 눈으로 떠낸 문장들의 일사불란한 이동과 점성 깊은 파동에 몰두하면 그뿐이다. 그래서 이런 시집은 늙지도 낡지도, 잊히거나 유명해지지도 않는다. 그저 무던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러면서 그 자신 삶의 힘으로 고요하게 빛을 발하는, ‘모두이면서 하나’인 누군가의 눈빛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고, 표4에서 시인 리산은 “초월적 가상의 세계에 필연적이고 불가피하게 박정대의 시는 있다. 우리는 박정대의 시가 보여주는 선동적이고 아름다우며 서글프고 치명적인 탈주선에 매혹된다. 당신은, 나는 ‘걸어서 여기까지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에까지 왔다.”고 했다.

그리고 달아실출판사 편집장이기도 한 시인 박제영은 이렇게 이번 복간을 “일종의 사태”라며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나는 시를 말하려고 한다, 라고 일찍이 박정대가 말했다. 일찍이 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를 결성한 박정대는 담배 한 대와 커피 한 잔과 그리고 술 한 잔만으로 세상의 모든 타락한 고리타분한 시를 혁명했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에서 <라흐 뒤 프르콩 드 네주 말하자면 눈송이의 예술>까지 박정대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그런 순간이 온다. 나 잡아봐라 파르동 파르동 하는 박정대만 오롯이 남는 거다. 그러니까 박정대는 그 자체가 시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박정대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시를 말하려고 한다. 지상에서 사라질 뻔한 <체 게바라 만세>를 복간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지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어떤 음악을 어떤 저녁을 어떤 풍경을 다시 불러오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중언부언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시를 혁명하는 사람, 나 잡아봐라 끝내 도망가는 시”를 두고 무슨 말을 보탤 것인가. 어불성설이고 언어도단인 것을. 그러니 복간을 기뻐하며 단지 독자들의 혜안에 맡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