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실시선

잠만 자는 방 있습니다

  • 저자 : 강건늘
  • 출판사 : 달아실출판사
  • 발행일 : 2021년 07월 30일
  • 페이지 : 144면
  • ISBN : 9791191668063
  • 정가 : 8,000 원

도서구매 사이트

원하시는 사이트를 선택하여 주세요.

그럴 수 없는 세계를 묘사(描寫)하면서 묘파(描破)하는
- 강건늘 시집 『잠만 자는 방 있습니다』

2016년 계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에 5편의 시(「달아나는 밤」, 「재봉사가 초록 위를 지날 때」, 「잠만자는방있읍니다」, 「궁들이 무너져 내려요」, 「11시 11분처럼」)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강건늘 시인이 등단 후 5년 만에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첫 시집에는 그의 등단작들이 모두 실렸고, 시집의 제목도 등단작 중 하나인 「잠만자는방있읍니다」를 변용하였다. 결국 이번 시집은 그가 시인으로 등단하기까지 어떤 시세계를 어떻게 구축해 왔고, 등단 이후 지금까지 어떤 시세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골목길 안 초록색 대문
‘잠만자는방있읍니다’
추위에 떨며 한데 모여 있는 글자들
‘습’의 옛 추억인 ‘읍’을 간직한 채.
잠만, 오로지 잠만
아침부터 밤까지
씻고 먹고 생각하기도 거부하고
오직 잠만 자야 하는 방

잠을 깨울까 조심스럽게 낮은 도 음으로 문을 두드린다
집주인은 병명을 모르는 병자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빛을 등지고 있는 어둑한 정원
푸름을 잃은 줄기와 잎들
작은 새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도도한 척하면서도 불안을 숨기고 있는 고양이는
깊은 숙면을 취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잠만 자는 방이지요 잠 이외에 어떤 것도 해서는 안 됩니다 주제 없는 장편의 근심이나 슬픔 따위로 습기가 차서 곰팡이라도 생기거나 방이 무거워져 균열이라도 생기거나 하면 곤란하지요 그리고 되도록이면 친구나 티비 컴퓨터 핸드폰은 피해주세요 당신을 더욱 외롭게 만들 뿐이니까요 이 방은 오로지 잠만 자는 방입니다 그래서 방세도 싸지요 대신 방음과 빛 차단은 확실히 해드립니다 보세요 단단하고 견고한 벽이지요
주인의 입에서는 오래된 눅눅한 낙엽 냄새가 났다

거실 벽 중앙에는
‘잠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잠만자는방있읍니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