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실시선

목화밭 목화밭

  • 저자 : 배세복
  • 출판사 : 달아실출판사
  • 발행일 : 2021년 04월 30일
  • 페이지 : 104면
  • ISBN : 9791188710997
  • 정가 : 8,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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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피투성(被投性)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인간은 현재를 넘어서 미래를 향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던지는 실존 방식, 즉 기투(企投)함으로써 주어진 관습과 허위를 버리고 이성적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개개인인 우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인식이 더욱 요구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며 이것은 어쩌면 의무인 동시에 권리이다.
자유의지를 가진 나의 선택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된다. 너나 할 것 없이 태어나는 순간 자유를 선고받지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예술가, 특히 시인은 부단한 시작(詩作)을 통해 자기 해방을 도모함과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생의 목적을 향해 나가기 위한 자기 구속과 행태의 표출을 끊임없이 한다. 이는 그 활동에서 기인한 일련의 결과들이 시대와 상황에 속박되어 있음과 동시에 자기실현을 위한 방편이기도 하기에 그러할 것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자신의 생에 대한 재점검과 갱신, 더불어 사회 구성원 각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윤리성의 회복에 대한 촉구를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시의 면면에 흐르는 공감 능력에 있으며 시인 자신과 타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 아픔을 대신 울어주는 곡비(哭婢)로서의 인식과 책임을 다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배세복 시인이 이번 시집을 통해 보여주는 사회적 공감의 힘이며 개인을 넘어 시인, 즉 곡비로서의 사회적 파급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점이다.”

피투(被投)와 기투(企投)라는 철학(하이데거) 용어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쉽게 말하면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연히 세상에 던져진’ 존재(피투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의지대로 ‘스스로 세상에 자신(의 삶)을 도모하는’ 존재(기투적 존재)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이령 시인은 이번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을 실존주의에서 찾고 있는 셈입니다. 더 쉽게 얘기하자면 이번 시집은 “개인이 어떻게 세계 속에서 자아를 구축하면서 세계와 화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는 얘기입니다.

특별히 부(部)를 나누지 않은 시집 구성도 조금은 낯설고 독특합니다. 「들어가는 시-자화상」과 「나오는 시-껴묻거리」 사이에 52편의 시를 가나다順으로 배치했습니다. 아마도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흐름을 독자들이 읽어내주길 바라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삶(탄생)에서 죽음까지 서늘한 풍경을 그려내면서 시인은 묻습니다.
“그러니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당신의 삶은 안녕하십니까, 잘 살고 있습니까?”
그러니 이제 독자들이 답할 차례이겠습니다.